[전라도 시인 정재학] 백리해가 말한다 '늙음은 시작이다'
필자 나이 70에 이르렀다. 예로부터 나이 70까지 산 사람이 드물었다는 나이 고희(古稀)다. 어머님이 정화수 떠놓고 빌면서, 그토록 소원하던 자식의 나이가 70이었다. 어느덧 그 나이에 이른 것이다.
70에 이르자, 무병장수란 말이 그토록 실감날 수가 없다. 담장 정도는 한 손만 잡고도 뛰어오르던 두 다리도, 턱걸이 20개는 쉬지 않고 해내던 두 팔도, 이제는 겨울바람에 쓰러지는 갈대처럼 허약해지는 걸 느끼면서 삶의 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얼굴에 그려지는 깊은 주름과 퇴색되어가는 살빛도 무상을 말해주는 건 마찬가지다. 거울을 볼 것도 없이 곁에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을 보면 내 모습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얼마전 강연을 갔다가 모이신 분 대부분이 고령임을 알고 그분들 모두가 삶의 동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6.25와 5.16혁명과 새마을운동과 월남전 파병과 조국근대화 전 과정을 겪었을 삶의 동지들. 서로가 타인일 수 없는 반가운 고령들이었다.
인류를 통틀어 '나이는 숫자'라는 말을 자신있게 말한 사람은, 26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목공을 보좌한 백리해라는 분이다. 성은 백리, 이름은 해이다. 우나라에서 태어나 벼슬살이를 하다 쫓겨 초나라에서 소를 치는 노비로 살았다. 백리해를 알아본 진목공에 의해 염소가죽 5장에 팔려서 진나라로 간 현자(賢者)요 명신(名臣)이다.
그 백리해가 진목공의 선택을 받을 때가 나이 70이었다. 진나라 신하 중 한사람이 백리해의 나이가 많음을 걱정하자 등장한 말이 바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백리해는 건숙과 더불어 진목공을 도와 춘추시대 진(秦)나라를 패자의 위치에까지 올린다. 수많은 나라들이 진목공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 위세는 후일 진시황의 천하통일에 기틀이 되었다. 후일 상앙에 의해 진나라가 새롭게 탈바꿈하지만, 그 이전 진나라 기틀을 닦은 최고의 명신(名臣)은 백리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약 3000년 전 강태공 역시 주나라 문왕에 의해 등용될 때가 70 나이였다.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시대를 연 태공망 여상은 지금의 산동지방 제나라 군주가 되었다. 나이 80 무렵이었다.
필자는 태공망이나 백리해는 아닐지라도, 늙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보다 더 나라를 위해 현명하지 못한 지혜를 걱정할 뿐이다. 그러므로 120세를 산다고 하는 시대에, 필자는 이제 앞길 창창한 나이 불과 70의 젊은이다. 적을 만나면 얼마든지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젊음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태극기를 높이들고 광화문으로 달려가는 노병들을 보면서, 필자는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에 한마음 바치고자 하는, 지치지 않는 젊음일 수 있다.
강연하는 자리에 모인 분들은 대한민국의 시작과 산업화 과정과 꿈꾸는 미래를 위해, 우리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겪으신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눈빛은 맑고 깨끗하였으니, 그분들은 사심(私心)없이 살아온 우리의 민족이었고, 아름다운 겨레였다. 하나같이 태공망 여상이었고, 황희 정승이었으며, 건숙과 백리해였다.
우나라를 떠나면서 헤어진 아내와 진나라에서 재회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부둥켜 안은 백발의 남편과 백발의 아내, 그리고 흐르는 하얀 사연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하얀 낭만이련가.
2024. 11. 1.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편집자 주: 이 글은 정재학 시인이 24.10.28.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 국민토론회의 발표토론자로 참석한 뒤 함께 참석한 분들께 드린다며 보내오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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